The 1st mini album [‘Chocolate’] 수록곡 'no tomorrow' 잡담
이제까지 일본 그룹앨범 통틀어서 트랙리스트 마지막 곡은 항상 따라부르기 쉬운 아웃트로 곡이었다. 한국은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발라드로 마무리지었던 것 같고 기억도 잘 안나는 것을 보아 크게 마지막 곡에 의미를 두지 않다. 의미를 두자면 콘서트 엔딩 떼창곡? 마지막 곡으로 직접 작사한 포크송을 골라 아웃트로 느낌이 강한 흥얼거리기 좋은 곡이겠구나 했는데 왠걸 가사부터 반주까지 듣자마자 후렴부 따라부르고 있는 콘서트장이 그려지더라고. 허밍부분이 너무 좋아서 앨범 오자마자 코러스 확인했는데 심창민이래요 시발 앨범 트렉리스트의 끝을 자신이 작사한 곡을 쓰는 자신감에 이미 두손 두발 항복을 외쳤음.
아스라이 부터 국어선생님 아들답게 수미상관법 지키며 가사 쓰더니 이제 적재적소로 단어 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예전에는 작사 결과물이 예쁜 단어를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꽃목걸이 같았다면 지금은 굳이 은유적 표현을 넣지 않고 가사 그대로 감정 전달할 수있게 되어 더 담백해졌음. 작사를 시작할 때 단어 하나에 꽂혀서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이 노래는 어떤 단어에 꽂혔는지 그건 좀 궁금하긴하네. 어쨌거나 제목보자마자 내일은 오지않으니 열심히 오늘을 즐기자~라는 가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모진 긴 긴 이 삶도 세월 속에 흩어져 갈 찰나일 테니 |
이 가사를 보면 단순히 인생을 즐기자라는 말과 거리가 멀어도 엄청 멀다. 인터뷰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치열한 삶의 끝은 죽음이죠라고 말하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그래서 불교에서 몇 개 가져와봤음.
전공자가 아니라서 단편적이나 불교에서 말하길 제행(諸行)이라는 말은 인연 화합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인연 따라 형성된 것은 인연이 다하면 항상 변화하고 사라지게 되어 있는 것이어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합니다. 무상이란 말은 ‘항상 함이 없다’ 무상하기에 고(苦)이고, 무아(無我)인 것입니다.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것은 어떤 것도, 내 몸까지도 변해서 사라지는 것이기에 결코 거기에 애착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삶은 고통이며 영원한 것은 없기에 애착을 갖지말라니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삶을 후회없이 산다 한들 사라지면 끝 아닌가 라며 의문이 생김. 최근 곡에 대한 인터뷰를 읽어보면 팬들의 행복을 빌어주며 이 가사를 썼다고 하는데 그럼 더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됨. 찰나의 삶에서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것 처럼 열심히 뜨겁게 사랑도하고 이별도하고 많은 곳도 가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제가 제 팬분들께 감히 조심스래(중략) 내 팬들이, 저희 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저의 마음을 담아서 작사작업을 해본 포크락의 그런 곡입니다. |
힘든 삶에서도 여정을 즐기며 꾸준히 나의 앞길을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계속 나아가자는 메세지를 담은 그런 노래입니다. 누군가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전달되길 바라며 가사 작업에 참여한 곡입니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응원 메세지를 담은 곡이 아닌가 싶은데요. 200406 -V LIVE 중 |
자문자답 결과 예전에 봤던 요조의 글에 잘 나와있더라구요.
나는 당신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길 바라고, 당신이 무대위에서 대사를 읊조리고 동선을 고민할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호응을 살지, 이 그림이 얼마나 비싸게 팔릴지, 당신의 연기를 사람들이 좋게 봐줄지를 고려하기보다 그저 당신이 원해왔던 행위를 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행복을 더 우선했으면 한다. |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의 오늘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중략)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일 모레 공연을 위해 오늘 합주를 할 것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같은 건 관심도 없다. |
영영 다가오지 않을 내일에 고통받기보다 오늘을 위해 살자, 행복하게 살자며 사랑, 여행, 이별등 경험을 가사를 빌려서 말한거에요. 인터뷰를 읽어야만 퍼즐 맞추듯이 의미를 알 수 있어 아쉽기는하지만 똑같이 유한한 삶에서 오늘을 노래하던 Queen의 Who wants live forever가 "Forever is our today" 라고 절절히 외쳤다면 no tomorrow는 "You’re gonna live"를 반복하며 남은 삶이라는 낯선 대지에 첫발을 내딛도록 도와준다. 내가 살아온 길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가사는 그동안 착실히 삶을 모으고, 엮어 만든 일기에서 나왔고 이것은 팬들을 위한 선물이 되었다. 이번 미니 1집에서는 6번째 트렉을 마지막으로 그의 일기장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직 살 날은 많고 쓸 일기도 많겠지.
꽃종이가 입에 들어간 것도 모를 정도로 'no tomorrow'를 공연장에서 가수, 관객들과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